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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장의 한계-2

by 부자도 한걸음부터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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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고민거리는 단지 미국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고음은 유럽과 중국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유럽은 최근 50bp의 금리인상으로 빅 스텝을 밟았다. 무려 11년 만에 0%의 금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급등하는 물가와 폭락하는 유로화를 그냥 두고만 볼 순 없었을 것이다. 당초에 25bp를 올리겠다는 계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재정이 통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에는 힘들어도 25bp가 한계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하지만 옆동네의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두고 볼순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미국채나 달러가 안전자산이라고는 하지만, 최대한 유로화의 매력을 지키고 스프레드의 상승을 최소화시키려면 딱히 방법도 없었다.

 

현 ECB 의장인 크리스틴 라가르드와 전 ECB 의장이자 현 이탈리아 총리인 마리오 드라기. ECB의 수장은 어떤 천재가 되던 골치아픈 자리다. (이미지 출처 : 아주경제)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유로존은 통화만 합친 것이지 각국의 재정을 통합한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 다른 상황에서 중앙 금리만 떡 하고 올려버리면, 분명히 문제 되는 상황이 온다.

2011년이 그랬다. 남유럽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위기설이 나돌았다. 그리스를 시작해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흔히 PIGS라 불리는 이들은 특히 더 그랬다. 정부가 흔들리고 교차되며 지금 이탈리아처럼 연정이 붕괴되고 조기총선을 하니 마니 하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빚을 갚니 못 갚니 하고 있었다. 거기에 북유럽의 부국들은 이들을 지원하니 못하니 하는 등 분열음이 들렸다. 이를 이용한 몇몇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을 앞세워 탈유로를 부르짖었고, 그들은 생각보다 성공해 꽤 크게 세를 불렸다.

 

유럽은 이때를 기억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마리오 드라기라는 천재가 그간 잘 이끌긴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부채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커졌다. 물론 유럽의 은행들은 2011년을 겪었기 때문에 그 당시보다는 대비가 되어있겠지만,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럽의 노인들은 잔꾀를 냈다. 분절화 방지 정책, 이름하야 TPI를 말이다.

 

남유럽 위기 때 세를 불리는데 성공한 프랑스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프랑스의 특성상 극우파가 실세가 되기 어렵긴 하다. (이미지 출처 : 이투데이)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금리를 올리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하는 나라가 생길 테니, 그 나라 금리가 급등하면 돈 써서 그 나라 채권을 사주겠다는 것이다. 가만 보면 별 문제없어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결점이 있다.

 

재정 조건이야 다들 안 지키니 그렇다 쳐도,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옆동네에 해줬는데 왜 우리 동네는 안 해주냐라는 소리가 나오는 판에, 국가 단위로 뭉쳐있는 유럽이 조용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모두가 알고 걱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지속적인 파열음은 분명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이고, 유로화의 상방 한계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

 

중국은 어떨까? 최근,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성장률 숫자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식 석상에서 했고, 시진핑 역시 이에 동조했다. 이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숫자를 정해놓으면 무조건 맞추던지, 그 이상이 나와야 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공산당 엘리트들도 안 되는 것이 있나 보다. 도저히 성장률 5.5%를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시진핑의 3 연임을 눈앞에 두고 목표치를 자신했다가 미달성했다가는 정치적인 위상에 치명적인 금이 갈 테니, 이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리커창 총리는 사실 양회 때부터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고 밑밥을 깔아놓긴 했다. (이미지 출처 : 아주경제)

 

아무튼 중국 정치국회의는 진행됐고, 부동산, 소비 진작 등 안정화 중심의 정책을 예고했다.

물론, 이미 발행된 지방채나 특수채들이 상당량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절대로 적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지난 4월 말부터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하며 상승했기 때문에 국가수반들의 위와 같은 발언은 기대감을 꺾기 마련이다.

또한 중국의 실업률은 6%에 육박했다가 5% 중반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소비 진작을 언급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제로 코로나를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역시 우리가 맞아'라는 시진핑의 정치적인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안정화를 말한 이 타이밍에, 작년 중국을 흔들었던 헝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물가상황에 여유가 있다지만, 중국 채권의 매력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위안화 하락에도 신경 써야 하는 중국은 자신만의 길을 가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결국 중국도 어떻게든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지만, 유럽과 마찬가지고 천장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소비 감소, 유럽의 분열 리스크, 중국의 정책적 한계 등등..

분명히 주식시장은 바닥을 확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지뢰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견조한 상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기업 실적은 기대한 것보단 잘 나왔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CEO들은 최대한 보수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계를 인지하고 짧은 배팅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2011년 이후의 코스피 움직임.

 

연준의 베테랑들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데이터를 보고 정하겠다고 하는 판국에, 우리 같은 일반인이 상황을 예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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