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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엔화의 향방은?-2

by 부자도 한걸음부터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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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혹시나 했던 엔화의 강세론은 고개를 숙이게됐다.

이 지구상에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인플레이션으로 난리라 서로 금리 올리기 바쁜데, 일본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앉아있다. 인플레의 여파가 일본에도 분명 있을텐데, 어째서 구로다는 이런 결정을 내린걸까?

 

일본은 전쟁 이전부터 무역수지 적자였지만, 러-우 전쟁 이후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거기에 양적완화의 지속으로 인한 엔화 약세는 에너지 수입가에 그 영향을 더했을 것이다.

 

첫째, 일본은 이제 겨우 물가가 2%에 들어왔다.

아베 신조 전총리가 아베노믹스로 이끌어 내려했던 것은 수출 경쟁력의 우위로 인한 기업 활성화, 거기에 이은 일본내 소비의 활성화였다. 하지만 변화가 느린 일본의 소비 심리는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물론, 미국도 별의 별 쇼를 다 하면서 겨우 2% 물가를 맞추는 시기였으니, 일본이라고 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경기 침체에 일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동력이 충분치 못했다.

물론 2013년~2014년간 엔화 약세로 인해 잠시동안 물가 상승이 2%를 넘어선 시기가 있었지만 그 시기에도 BOJ는 금리를 건드리지 못했다. 물론 아베노믹스 초창기이고 미국은 금리 상승을 천명한 벤 버냉키에 의해 달러가 상승하던 시기였으니 엔화는 당연하게도 약해지는 시기였다. 일본 경제도 딱히 살아난 것은 아니었고 금리를 올릴 만한 이유가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금 역시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급하게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그 때와 비슷하다. 심지어 BOJ의 수장도 그 때 그 사람이다. 

 

 

둘째, 달러가 돋보이기 위해 엔화의 약세가 필요하다.

미국은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어찌보면 위기라고 부를수도 있는 와중에 통화 바스켓 안에 들어있는 엔화의 약세는 달러의 가치를 부각시켜준다. 지금은 공급망 문제로 인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어찌어찌 일본의 물가도 같이 올라가는 형국이지만, 엔화를 잔뜩 풀어놨던 아베노믹스의 전성시대(?)에도 일본의 물가는 시큰둥했다. 위의 내용에 이어서 일본의 물가상승은 이제 겨우 2%를 넘겼다. 천정부지로 물가가 올라가는 시대에 이제 겨우 2%라니. 이러니 니 양적완화를 지속해도 BOJ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엔화약세가 가져다 주는 달러의 강세는 달러 패권자들의 입장에서 나이스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셋째, 미국 채권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게 일본이다.

2014년 즈음부터 중국은 미국채 매입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아마 지금의 상황을 상정하고 미국계 자본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다.(그것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는 역사가 판단해줄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던 나라가 중국이고, 지금도 그 영향이 적진 않다. 하지만 더 이상 중국은 미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 사줄 나라가 어디일까? 우리나라?ㅋ

 

그간 달러흐름을 감안하면, 이정도의 외환보유고 수준은 놀랍다. 일본이 고의적 엔화 약세를 유발해도 미국이 눈감아주는 이유가 여기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2014년부터 그 감소세가 눈에 띈다. 최근의 감소는 달러 강세가 기인했을 것.

 

네 번째, Chip 4 동맹이다. 

미국, 대만, 일본, 여기에 우리나라까지. 골자는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인데, 어찌됐든 기계장비는 일본이 최강국이다.

장비들을 미국으로 들여올때 안그래도 물가때문에 고민 중인 미국 정부에게는 싸게 들여올 수 있으면 미국 입장에선 땡큐다. 이 와중에 중립금리는 오르고 있어 달러는 강세 기조이고, 일본이 엔화약세를 유지해준다면 미국은 일본이 예뻐보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가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친미기조가 매우 강한 나라다. 짝짜쿵을 안맞춰줄 이유도 딱히 없는 것이다.

 

 

물론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고, 기시다는 아베와 같은 자민당이어도 정책 기조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변화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어쨌거나 사람들의 인식에는 엔화는 안전자산이라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침체가 꾸준히 언급된다면 엔화로의 자본 이동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엔화의 움직임은 달러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어찌보면 이전과 다른 초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제는 조달통화로서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고 일본 자체의 경제 수준도 긍정적으로 덩치가 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조적인 금리상승을 가져가기는 어려워보인다.

 

더군다나 그간 해놓은 아베노믹스의 규모가 굉장히 크다. 채권을 사다사다 부족해져서 주식까지 나라에서 사준 꼴이 됐는데, 물론 언젠가는 돌려놔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돌리기에는 그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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